화폐의 가치를 계산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참작해야 할 두 요인은 시간과 위험이다. 이는 화폐가치가 시간차원과 위험차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현재 1원의 가치는 미래 1원의 가치보다 더 크며, 확실한(위험이 없는) 1 원의 가치는 불확실한(위험이 있는) 1원의 가치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왜그러한가?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오늘 10,000원을 빌려주면 1년 후에 10,000원을 돌려주겠다는 제안이 있다면, 당신은 이 제안을 거절할 것이다. 그 이유는 1 년 후 10,000원의 가치가 오늘 10,000원의 가치보다 작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는 두 가지 이유에서 너무나 당연한 판단인 것이다. 하나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인플레이션에 의해 화폐의 실질가치가 더욱 낮아질 것이라 생각하 므로 시간경과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며, 다른 하나는 자신의 손을 떠나 있는 기간 동안 다른 대상에 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수익획득 기회를 포기한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당신은 당신의 호주머니 안에 있는 10,000원의 가치가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10,000원의 가치보다 더 크다고 판단할 것이다. 유사한 예로서 10,000원을 1년 동안 은행에 예금하여 10,500원이 기대되는 경우와 오늘 10,000원을 주식에 투자하여 1년 후 10,500원이 기대되는 경우, 당신은 전자의 경우를 더 가치 있는 투자로 판단할 것이다. 왜냐하면 호주머니 안에 있는 돈이 내 손을 떠난 돈보다 덜 위험하며, 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덜 위험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위험이 다른데 보상은 같으므로 위험이 작은 투자가 더 유리하게 된다. 따라서 화폐를 매개로 하는 모든 거래에서 이들 시간차원과 위험차원을 바르게 조정할 수 있는 계산방법이 필요하게 된다.
다시 말해 화폐가치를 계산할 때는 시간희생에 대한 보상과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계산방법이 요구된다. 요컨대 서로 다른 시간차원과 위험차원에 놓여 있는 화폐들에 대하여 이들을 동시에 감안하여 올바른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계산방법(계산 틀)이 필요하다.
원숭이들의 지혜
중국고사의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은 오늘날 얕은 술수를 이용하여 남을 속이거나 조롱하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 말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어느 옛날 큰 흉년이 들어 원숭이 왕초가 자신이 거느리던 원숭이들에게 충분한 식량(도토리)을 줄 수 없게 되자, 원숭이들에게 이러한 제안을 했다고 한다. “흉년으로 식량이 크게 부족하여 1인당 하루에 도토리 7 개씩을 주는데,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씩을 줄 것이다” 이와 같은 제안에 대하여 원숭이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였다 한다.
이에 왕초 원숭이는 이리저리 궁리하고 고민하는 체 하다가 다음과 같은 수정제안을 내놓았다. “나도 이제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씩의 도토리를 주겠다.” 이와 같은 수정 제안에 대하여 원숭이들은 갑자기 박수를 치며 환호하였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같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후자의 제안을 수락한 원숭이들의 판단이 아주 어리석은 것 같이 보인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이를 빗대어 얕은 술수로 속이는 행위를 ‘조삼모사’라 하여 저속한 행위라 비웃는다.
그러나 도토리를 화폐 또는 화폐 등가물로 보고 도토리의 가치를 시간가치 평가 개념으로 바르게 평가한다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의 가치가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의 가치보다 더욱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화폐의 시간가치 평가 틀로써 도토리를 평가한다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 같던 원숭이들의 행동은 결코 어리석은 것이 아니다. 반대로 이러한 평가논리를 알지 못한 왕초 원숭이가 더 무식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다할 수 있다.
